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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을 다스리는 법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0-07 11:34
조회
323
[이데일리 이해룡 칼럼니스트] “온 몸이 쑤시면서 안 아픈 곳이 없어요. 주먹 만한 것이 가슴속을 떡하니 막고 있는 통에 숨이 막힐 지경이에요.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인데 검사해보면 아무 이상 없다고 하니 더 답답해요.”

이모씨(64세 여)는 요즘 자다가도 화닥증 때문에 벌떡 일어나 가슴을 두드리다가 그대로 날을 새는 일이 잦아졌다. 이씨가 불면으로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남편때문.

이씨의 남편은 젊었을 때부터 집안일은 팽개치고 밖으로 나돌면서 바람을 피워 무던히도 속을 썩였다. 그만 헤어져 버릴까하는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니었으나 자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 그럴 수가 없었다.

남편을 대신해서 아이들을 키우느라 행상은 물론이고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억척스레 돈을 벌어 애들을 대학까지 공부시켰다. 다행히 느지막이 철이 들었는지 몇 년 전 남편이 집에 돌아왔으나 얼마 살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자식들은 모두 분가해서 혼자 살고 있는 이씨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고생하며 살았나 하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잦아졌다.

이씨는 최근 입맛도 뚝 떨어져서 하루 종일 밥 생각도 나지 않고 어쩌다 밥 한 숟가락을 뜨면 속이 더부룩해서 수저를 놓기 일쑤였다.

게다가 아무 일없이 온 몸이 쑤시고 피로가 떠나질 않는데다 가슴속에 덩어리가 뭉친 느낌이 갈수록 심해져 ‘아무래도 큰 병이 났나 보다.’라고 생각해서 큰 병원에 찾아가 각종 검사를 받았으나 아무 이상도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별 이상이 없다는 병원의 진단에 의심이 들어 다른 병원의 문을 두드렸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똑 같았다.

이씨처럼 몸이 아파서 병원을 찾았으나 신경성이라는 말 뿐 다른 특별한 이상은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은 여러 가지 이상증상을 느끼고 있으나 정작 병원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자식들은 어머니가 꾀병을 부리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하거나 어머니의 성격이 유난스러워서 그렇다고 치부를 하는 통에 어머니와 자식간의 사이가 틀어지는 수도 있다.

이씨와 같은 경우는 화병인 경우가 많다. 화병은 가정불화 등으로 야기된 억울한 감정을 제때 풀지 못하고 눌러버리는 바람에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씨의 경우처럼 남편과의 불화 또는 시부모나 시누이 등 시댁식구와의 불화 등 고통스러운 결혼생활에서 파생되는 수가 많다.

내신 논술 면접 등 학생들에게 갈수록 만능 입시 수퍼맨이 되기를 요구하는 입시제도 때문에 중고생 뿐 아니라 학부모까지 성적스트레스로 인한 화병에 시달리게 된다.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기말고사를 망쳤다는 말 한마디만 듣고 머리 싸매고 자리보전을 하던 어머니가 한의원을 찾아와서는 우리 아들 대학 못가면 어떡하느냐고 눈물만 흘리는 경우도 있었다. 앞으로 여러 차례 더 치러야 할 중간 기말고사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는 것이다.

요새는 IMF이후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경제적 궁핍으로 인한 좌절감이 더해진 탓에 화병으로 속앓이를 하는 경우도 갈수록 늘고 있다. 언제 직장에서 떨려 나올지 모르는데 자식 교육비 때문에 벌어 놓은 돈은 하나도 없어서 자신의 노후를 생각하면 아찔하다는 직장인들이 많다.

한의학에서는 화병을 화의 성질을 가진 질환이나 화의 성질을 가진 신경증이라고 보고 있다. 억울함 분함 화남 증오 등 외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배출할 마땅한 통로가 없어서 상당기간 풀지 않고 담아오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폭발하면 화병이 된다.

남편이나 시부모 시누이 등 시댁과의 갈등 등 주로 불행한 결혼생활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고, 경제적 곤궁, 주식투자 실패, 사업부진, 실직, 자녀의 교육문제, 소극적 성격 등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화는 위로 솟아오르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로 머리나 가슴 등 인체의 상부에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대부분 자각적인 열감이기 때문에 열이 확 달아오르는 느낌이 있더라도 실제 체온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다. 즉 체온의 상승이 없이도 열감을 느낄 수가 있다. 따라서 화병이 있으면 열감으로 인해 얼굴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치밀어 오르면서 막힌 듯한 느낌이 들고 답답해진다.

심하면 가슴에 덩어리가 뭉친 느낌이 들면서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공연히 짜증이 나고 신경질을 부리며 까닭 모르게 화가 나고, 온몸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쑤시고 아프고, 머리가 어지럽고 두통이 생긴다.

화병이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기승을 부리다 보니 외국학회지에 정식으로 등록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미국정신의학회에서는 10년 전인 1996년도에 화병(火病)을 분노증후군으로 설명하면서 ‘화병이 분노를 과도하게 억제함으로써 발생하며 우울증 소화불량 식욕부진 심계항진 통증 피로 등을 느끼고 상복부에 덩어리가 뭉쳐지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소개하고 있다.

체질에 따라 화병의 양상도 다르다.

소양인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속에 말을 담아두지 못하고 즉시 항의하기 때문에 화병에 걸릴 확률이 적은 편이다. 그래서 속병이 생길 가능성이 그만큼 적은 셈이다. 혹여 화병이 났다고 하더라도 여러 사람과 수다를 통해 다 풀어버리기 때문에 그만큼 스트레스가 적다.

태음인은 불만이 있어도 드러내 놓고 표시하지 않고 대체로 속으로 삭이는 편이다. 이제마 선생은 태음인은 속을 드러내지 않고 참는 탓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잘 나타난다고 했다. 그만큼 화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소음인은 체력이 약할 뿐 아니라 소심해서 다른 사람의 말에 상처를 받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화병에 걸리기 쉽다. 좋지 않은 말을 들었다 싶으면 머리 싸매고 자리보전을 하는 사람들은 소음인이 많은 편이다.

남성과 여성 중에서는 여성들이 화병에 잘 걸린다. 남성은 양기가 위주여서 기가 잘 도는 반면 여성은 음기여서 기가 잘 정체된다. 또 남성은 사회활동이 많아 기의 소모가 많은데 비해 여성들은 가정에서 생활하여 기가 잘 흐르지 않고 뭉치기 때문에 기의 울체로 인한 화병에 걸리기 쉽다.

화병은 주로 정신적 갈등이나 충격으로 정신적 혹은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날 뿐 뇌에 병변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신병처럼 인격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정신분열증을 포함한 정신병은 화병에 들어가지 않는다. 정신병과 달리 화병은 치료 후 정신적 신체적 증상이 많이 완화되는 등 경과가 좋은 편이다.

화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속상한 일이 있으면 그대로 묻어두지 말고 될 수 있는 대로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 그때그때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가벼운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좋다.

화병이 있으면 양 젖꼭지 사이의 정 가운데에 있는 전중혈을 누르면 화들짝 놀랄 정도로 통증이 있다. 수시로 전중혈 부위를 문질러 주면 맺힌 근육이 풀어지면서 통증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해룡 예지당한의원 원장]
02-714-0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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