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머니의 손 끝 맛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0-09 19:16
조회
391
어머니의 손 끝 맛
2009-05-11

고향산천을 멀리하고 타국에 와 있으니 고향 생각이 간절합니다. 두고 온 가족과 친구들 생각에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향수(鄕愁)를 달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특별히 5월 가정의 달 Mother's Day를 맞고 보니 연로하신 어머니의 생각이 간절합니다. 고향의 품이 그립고 어머니의 품이 더욱 생각납니다.

고향의 맛이 아니야!

타국에 와서 살다 보니 가장 많이 생각나는 것이 한국의 음식입니다. 미국 땅에 온지 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양식(洋食)이 입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곳 애틀란타에 한국 식당이 많이 있지만, 어디를 가보아도 고향의 맛이 아닙니다,
사실 이 땅에 맛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일식(日蝕)집이나 중국 식당을 찾아가 보아도 그렇고, 매운 맥시칸 음식을 먹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선도 비싸기만 할뿐 신선도가 떨어지고, 더구나 과일은 껍질이 두껍고 향이 좋지 않아서 한국의 것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야채 또한 뻣뻣해서 쌈을 싸도 맛이 없고, 비빔밥을 만들어도 별 맛이 없습니다.
물론 이곳의 기후와 토질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고 먹여 주시던 음식 맛이 뇌 속에 고스란히 기억(memory)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어머니의 손 끝 맛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것입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손길을 통해 먹어본 음식은 맛이 있고 부담이 적지만, 생소한 음식이 들어가면 거부반응이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입맛을 잃은 때문인지 아니면 운동부족 때문인지 저는 이곳에 와서 먹는 일에 별 흥미가 없어졌습니다, 특별히 손님을 만나거나, 접대할 일이 아니면 외식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물론 그럴만한 경제적인 여유나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게 정말 꿀맛이야!

저는 미국 땅에서 또 다른 먹는 즐거움을 찾았습니다. 바로 말씀을 먹고 새김질 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기막힌 즐거움입니다. 고향 땅 조국 교회에서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에스겔 선지자의 말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먹고 묵상하는 맛이 달기가 꿀송이와 같았습니다(겔 3:1-5).
이것은 이민 생활이 그만큼 삭막하고 절박하기 때문에 누리는 즐거움(?)입니다. 낯선 이국(異國) 땅에서 누구를 의지할 수도 없고, 도움을 청할 수도 없기 때문에 기도할 수밖에 없었고, 오직 말씀을 의지하고 삶의 잣대(canon)로 삼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힘들고 외로울 때에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만이 위로가 되었고,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 말씀의 가르침과 인도함을 받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민 생활의 두려움에 떨었던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야기가 실감나게 다가왔습니다. 야곱이 잠깨어 벧엘에서 단을 쌓고 예배하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다윗의 시편을 묵상하면서 하나님을 목자(牧者)로 삼는 복이 얼마나 크고 귀한 것인지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가 쫓기는 도망자의 입장에서도 감사의 찬양을 드리고 평안히 눕고 자는 모습이 실제로 믿어지게 되었습니다.
주야(晝夜)로 흘리는 눈물이 기도가 되고 노래가 되고 음식이 되었습니다. 우리 나그네 인생이 이 땅에 보물을 쌓고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본향(本鄕)삼고 순례자의 길을 걸아야 한다는 것이 새삼 깨달아 졌습니다. 이것은 저를 비롯한 이민자들만이 누리는 특권이요, 축복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손끝 맛

며칠 전 가정 예배 때에 아내의 말이 ‘성경의 모든 이야기들이 구구절절이 내 이야기요, 수천 년 전에 기록된 구닥다리가 아니라, 이 시대 우리에게 딱 들어맞는 송이 꿀 같은 말씀으로 다가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내의 이 말을 들으면서 다시금 하나님의 어머니 같은 따스한 손길에 감사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송이 꿀 보다 더 단 것은 수천 년 세월동안 하나님의 손끝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성 신학자는 아니지만, 하나님의 사랑이 어쩌면 아버지 같은 사랑보다는 어머니 같은 사랑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암탉이 병아리를 모으는 모습이나, 독수리의 날개로 업어서 인도하시는 모습은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자녀의 허물을 덮어주고, 눈물을 닦아 주시며 젖을 먹이시는 모습은 분명 하나님 우리 어머니의 손길입니다. 그렇습니다. 성경이 송이 꿀보다 더 단 것은 분명 하나님 우리 어머니의 손끝으로 버무러진 음식이요, 따스한 어머니의 품이기 때문입니다.

강진구 목사 5월 8일 애틀란타 타임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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