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토끼야! 토끼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0-09 20:36
조회
418
토끼야! 토끼야!
2011/01/19

밤새 내린 하얀 눈이 소복이 쌓였습니다. 온 천지가 환하고 깨끗하게 변했습니다. 이번에 내린 눈은 50만에 최고의 적설량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때마침 몰아닥친 차가운 날씨와 겹쳐서 밤새 내린 눈은 그대로 얼어붙었습니다. 그 동안 조지아에는 눈 피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재설장비나 예산이 없습니다. 운전자들도 스노우 타이어(snow tire)나, 스노우 체인(snow chain)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얼어붙은 도로의 교통은 한 순간에 마비되었습니다. 사방에 눈길에 미끄러진 차들이 널려 있습니다.

천사의 미소
눈 때문에 아이들은 한 주간 내내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신이 났습니다.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면서 신나게 놀고 있지만, 저는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섭니다. 당장에 그로서리(grocery)에 가서 먹을 것을 사와야 하지만, 길이 미끄러워 운전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한 참을 망설이다가 용감하게(?) 차를 몰고 집을 나섰지만, 바로 집 앞 길에서 미끄러져 차가 움직이지를 않습니다. 제 차가 後輪구동이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웃집 산책에 나선 이웃집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차를 길 한 쪽에 세워둘 수 있었습니다. 이 분은 평소에 별 교제가 없었던 이웃이었지만, 걸음을 멈추고 자기 일처럼 도와주셨습니다. 삽(shovel)을 가져다가 땀을 흘리면서 진흙이 튀기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를 밀어주는 그 분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고맙다는 저의 인사에 말없이 씨익 웃는 아저씨의 웃음이 천사의 미소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 갈 일이 걱정입니다. 오후에 때마침 놀러 오신 친구 목사님께서 눈길의 위험을 무릎 쓰고 앞장을 서서 아내와 함께 무사히 그로서리 쇼핑(grocery shopping)을 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와 달리 그 날은 친구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저의 형편을 아시고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천사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날 저녁에는 뜻밖에 박집사님께서 아이들 간식과 식료품을 한 보따리 사가지고 찾아오셨습니다. ‘눈길에 시장에 가지 못하실까보아 이것저것 미리 장을 보았다’고 웃으면서 들어오셨습니다. ‘한 주간 내내 시장에 가지 않아도 되겠다.’고 큰소리로 웃는 아내의 얼굴도 환하게 바뀌었습니다.

공중 나는 새를 보라!
눈으로 뒤덮인 하얀 세상에 차가운 태양이 비추어 기가 막힌 장관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하얀 눈 속에 귀여운 토끼가 뒤뜰에 나타났습니다. 그 토끼는 걸음을 멈추고 집안에 갇혀있는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갑자기 어릴적 불렀던 동요가 생각났습니다. ‘토끼야 토끼야! 산 속의 토끼야! 겨울이 되면은 무얼 먹고 사느냐?’ 이 노래의 가사처럼 온 천지가 눈으로 덮인 숲속에서 토끼는 무얼 먹고 어떻게 살아갈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나 그 토끼는 먹지 못해 까칠한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토실토실 살이 쪄 있습니다. 눈 때문에 걱정하며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도 아니었습니다. 저를 보는 토끼의 눈은 ‘이 까짓 눈 좀 왔다고 무얼 걱정하니?’ 하며 오히려 저를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갑자기 ‘공중 나는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 보다 귀하지 아니하냐’(마 6:26)의 말씀이 생각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곳의 겨울 방학은 한국과 달리 불과 열흘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번 폭설로 아이들은 또 한 번의 겨울방학을 즐기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 없어서 짜증을 내거나 근심하지 않습니다. 학기 중에 스노우 메이컵 데이(snow makeup days)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 번의 겨울 방학(?)을 즐기며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아이들과 달리 잠시나마 폭설 때문에 먹거리를 염려했던 저의 모습이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하나님께서 모처럼 주신 휴가를 아이들처럼 즐기기로 생각을 바꾸기로 했더니 금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주님의 말씀처럼 천국은 어린아이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걸어 보지 않은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내면서 걸어봅니다. 눈부신 태양이 눈 덮인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모습은 완전히 딴 세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신묘(辛卯)년 토끼해에는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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