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페센타

감사의 조건-조무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0-07 11:19
조회
105
미국 토박이들(이민자들이 아닌 미국인들)이 일상대화 가운데 가장 흔하게 쓰는 말은 어떤 것일까? 공식통계가 생활화된 미국인의 습성상 관련 통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상속의 체감지수로는 ‘감사합니다(Thank you, Thanks)’다.

뭐든지 말끝마다 ‘땡큐’ 또는 ‘땡스’다. 불평하러 왔다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헛되이 되돌아가도 대화 말미에는 항상 ‘땡큐(감사)’다. 나 같으면 열받을만한 상황에도, 관계없이 ‘그냥 감사하다(Anyway, thank you)’라고 말하는 저 사람들(미국 토박이들)의 마음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을까? 무시일까? 무지일까? 도대체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하는 발언일까? 아니면 그냥 인사치레로 그냥 습관처럼 입에 붙은 말일까?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그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것이다. 감사와 함께 또 일상 대화 속에서 범람하는 또 하나의 표현은 ‘좋아요(Good)’, ‘아주 좋아요(Pretty good 또는 great)’라는 말이다. 일상 속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손님을 대하면서 흔한 인사말로 ‘오늘 어떠세요?(how are you doing?)’라고 물으면 조건 반사적으로 되돌아오는 답변이다. 순간의 머뭇거림도 없다. 도대체 그 속을 알 수 없다. 특히 요즘같이 어려운 때에. ‘너 정말 (상황이) 그렇게 좋으냐?’라고 짓궂게 떠보면 친한 미국 토박이들은 어려워지는 ‘상황’에 대해 고백한다. 그러면서도 결론은 항상 ‘불평하기엔 아직 좋은 상태(can’t complain)’라며 마무리한다. 입 언저리의 잔잔한 미소에서 체념 같은 겸손(humble)이 읽힌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수감사절이 다가왔다. 추수감사절은 17세기초 미국 초기 정착자인 필그림들이 첫 추수로 하나님께 기도와 잔치로 3일간 감사했던 데서 시작됐다. 험한 정착환경에서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어갈 때 살아남도록 도와준 원주민들을 잔치에 초대해 서로 음식을 나누며 함께 했다. 상황은 그다지 감사 할만큼 ‘풍요롭거나 넉넉’하진 않아 보이지만 기도와 감사와 화해와 나눔은 넘쳐 보인다. 가난한 마음과 겸손(humble)이 깔려있다. 유아원과 유치원에서 배우는 내용은 여기까지다.그러나 바로 다음해부터 시작돼 현재 20달러짜리 지폐의 주인공인 앤드루 잭슨 대통령의 ‘눈물의 여정(체로키족 등 원주민의 강제 이주)’으로 완결되는 250년에 걸친 원주민 인종 청소(학살)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더 많은 것을 얻을수록 교만했던 미국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3년 링컨 대통령에 의해 추수감사절은 법정공휴일로 지정됐다. 내전으로 만신창이로 피폐해져 가던 시절에 무슨 감사할 것이 있었을까? 미국인들의 소비욕구를 채우는 폭탄세일과 흥청망청 쇼핑시즌으로 변하게 된 씨앗을 뿌린 건 아이러니하게도 대공황 시절이었다. 루즈벨트(F.D.R)대통령은 1940년 소매부문 매출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 같다는 생각에 성탄 쇼핑시즌기간을 길게 하려고 추수감사절을 11월 3째 주 목요일로 앞당겼다. 의원들의 여론에 밀려 다음해에11월 4번째 목요일로 연방법이 제정됐지만, 추수감사절에서 성탄절까지는 ‘쇼핑 시즌’이라는 기본 개념은 이때부터 시작되어, 세계 최강 자본주의 국가로 번영을 구가하면서 미국인들 일상 속에 깊이 뿌리내리게 됐다. 한국 추석처럼 미국 추수감사절은 귀성인구가 연중 가장 많은 가족 재회 시즌이다. 미국의 공공기관과 주요 회사직원의 78%(2007년 통계)가 일주일간 쉰다. 추수감사절 전야는 귀향한 젊은이들로 인해 술집(바, 클럽)이 연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날이다. 어느새 추수감사절은 검소한 음식상에 이방인 이웃을 초대해 겸손한 마음으로 함께 하나님께 감사 기도하기 보다는 기름기 넘치는 소비 축제로 변질됐다.

올해 추수감사절은 대공황이래 최대 경제침체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른 추위와 함께 찾아왔다. 폭탄세일과 연중 최대 쇼핑 시작인 ‘검은 금요일’과 성탄시즌 특수의 실종이 예상되고 있다. 흥청거리며 풍요를 만끽했던 계절이 이젠 상실(loss)이라는 눈물의 계절로 바뀌고 있다. 무엇으로 우리는 감사할 수 있을까? 평상시에는 ‘감사’를 위해 이런 저런 ‘현실적인 조건(또는 여건)’이 필요했다. 그 현실적 여건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상황에서 이번 추수감사절에 우리는 ‘어쨌든 감사(Anyway Thanks)’할 수 있는 ‘진정한 축복’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실로 인해 교만이 꺾이고 마음이 가난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이 자신의 욕망에 치중하기보다는 이웃에게로 관심을 열리게 만든다.

추수감사 절기를 맞아 조용한 목소리로 말해본다. "아주 좋아요. 그냥 감사해요."
감사에 조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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