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징검다리(stepping bridge)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0-09 20:42
조회
457
징검다리(stepping bridge)
2011/02/21

지금이야 멋지고 튼튼한 콘크리트 다리로 변했지만, 저의 어릴 적 고향 마을 뒤편 개울에는 징검다리(stepping bridge)가 있었습니다. 다리라고 이름은 붙였지만, 사실은 커다란 돌맹이들을 여러 개 포개서 적당한 간격으로 배치해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그 돌다리(stone bridge)는 아낙네들의 빨래터도 되고, 동네 개구쟁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놀이터이기도 합니다.
이 돌다리는 견고하여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해마다 여름에 홍수가 나면 떠내려가고 말기 때문에 가능하면 크고 무거운 돌을 사용합니다. 개구장이 아이들이 돌다리를 허물어 버리기도 하고, 돌다리를 헛디디게 만들어 물에 빠지도록 장난을 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그럼에도 돌다리가 필요한 것은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지 않아도 되고, 신발을 벗지 않고도 개울을 건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의 수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다리이지만, 이 징검다리는 홍수에 떠내려 갈 수도 있고, 누군가가 장난을 치기도 하기 때문에 언제나 점검을 하고 보수(repair)를 해야 했습니다.
돌다리를 보수하고 점검하는 것은 국가 기관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 정해진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물이 빠지고 나면 어김없이 돌다리는 보수되어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지만, 누군가가 그 일을 한 것입니다.
그 다리를 보수하는 사람은 보수를 받거나, 누구에게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편의를 위해서 찬물에 발을 담그고, 땀흘려 사랑의 수고를 감당하는 것입니다. 그 다른 사람이 이웃들일 수도 있고, 아니면 불편한 관계에 있는 자들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그 돌다리를 원수들이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돌다리를 보수하는 일이 절대 간단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큰 돌을 옮겨야 하기 때문에 그 일이 쉽지 않고 희생과 수고가 따르는 힘든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사랑의 수고를 감내하는 것은 먼저 자신과 그의 가족들이 이 다리를 이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랑의 수고는 타인을 위한 것도 되지만, 무엇보다 그 유익은 그와 자신이 누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인생길에 징검다리를 건널 때에 하나가 모자라면 낭패를 만나고 건널 수가 없습니다. 기필코 건너야만 하는 저편이 바로 코앞이지만, 건널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 때에 누군가가 우리 인생길에 돌다리를 되어 줄 때에 우리는 감사하게 됩니다. 더구나 절박한 위기의 순간에 도움을 받게 되면 그 고마움을 우리는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저 역시 누구보다 위기와 낭패의 순간을 많이 겪어왔습니다.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를 할 때에는 이런 위기와 시련이 더욱 잦아졌습니다. 가까이에 목적지가 보이고 반드시 저 다리를 건너야 하지만, 그럴 수 없어 애타게 발만 동동 구를 때가 있었습니다. 혼자 힘으로 해결 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러 그대로 포기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어 울부짖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기적적으로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징검다리
우리 주변에 인생의 징검다리를 건너지 못해 애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강도만난 자도 있고, 오갈 곳이 없는 분들도 있습니다. 질병 때문에 고통당하는 분들도 있고, 갈 길을 알지 못해 방황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 중에는 한 번만 도와주면 위기를 벗어나 홀로 서기를 할 수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의 신음소리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은 저 역시 인생의 돌다리를 건널 때에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 분들에게 진 빚을 직접 다 갚지는 못했지만, 어려움을 만난 분들을 돕는 것이 곧 그분들에게 진 빚을 갚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보다 더 징검다리 사역이 중요한 이유는 그 일이 자신과 가족은 물론 교회를 위한 일도 되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힘없는 자가 대접받지 못합니다. 세상의 이치는 되갚을 능력이 없고, 크레딧(credit)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절대로 돈도 빌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말씀은 힘이 있는 자를 대접하지 말고, 오히려 되갚음을 받을 염려가 없는 소자를 돌아보라!’는 것입니다. 부자와 권세자를 대접하는 것은 아부가 될 수 있고 뇌물의 소지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 소자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 대접한 것도 주님을 대접한 것으로 여기고, 결코 상을 잃지 않겠다.’(마 10:42)는 것이 주님의 약속입니다. 사랑이 식어지고 불법이 성행하는 이 시대에 우리가 서로의 징검다리가 되고자 할 때에 세상은 아름답게 변해갈 것입니다. 저들의 신음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서로의 징검다리가 되어 줄 때에 우리의 기도가 막히지 않을 것입니다.
아가페선교교회 강진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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