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과학기술 강국' 이스라엘의 비밀

* 애미티 슐래스(Amity Shlaes)블룸버그 칼럼니스트

2009-11-08

높은 교육수준을 가진 여성인력…
실패 두려워않는 이민자 개척정신…
미국인들은 이스라엘 하면 전쟁이나 종교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스라엘에는 첨단기술로 성공한 기업들이 많다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도 있다.

지난 5월 미국 기업이 아니면서 나스닥에 상장된 업체를 조사한 결과 한국 기업은 3개, 아일랜드 5개, 영국 5개, 일본 6개인 데 비해 이스라엘 기업은 64개나 됐다.

2008년 현재 이스라엘의 국민 1인당 벤처캐피털 투자금은 미국의 두배였다. 이는 유럽 대륙에서 유치한 투자금의 30배에 이르고, 인도에 비해서는 350배가 넘는 규모다.

이스라엘이 일궈낸 첨단기술의 기적은 꽤 널리 알려진 민족적 특징으로 설명되곤 한다. '유태인은 똑똑하다'는 것 그리고 해외의 유태인들은 이스라엘 기업이라면 회사가 좋은지 나쁜지 따지지 않고 투자를 한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그런 설명들은 이스라엘의 첨단기술을 이해하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댄 세노르(Senor)와 사울 싱어(Singer)가 <급성장하는 국가>라는 책에서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기술 혁신 기록은 민족성보다는 정책과 더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 군대도 이런 발전에 깜짝 놀랄 만한 역할을 했다.

이 스라엘의 과학기술 발전사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스라엘에서 자본주의적 요소는 미미했고, 노동조합과 농업공동체가 경제의 주류를 이뤘다. 16년 전 이스라엘 정부는 '요즈마(Yozma)'라고 불리는 과학기술 펀드를 설립했다. 요즈마 펀드의 설립 목표는 이스라엘의 첨단과학기술사업에 투자할 국내외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요즈마 펀드를 계기로 비즈니스에 대한 이스라엘인들의 태도는 극적으로 바뀌어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서게 됐다. 이스라엘의 한 사업가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존 레넌이 엘비스 프레슬리에 대해 했던 말을 빌려 "요즈마가 있기 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수준 높은 교육

다 른 요소들도 이스라엘의 기술 발전에 기여했다. 남녀 모두에 대한 수준 높은 교육 덕분에 신생 벤처기업들은 훌륭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었다. 벤저민 네타냐후 총리는 2000년대 초반 재무장관 재임 시절에 세금과 정부 조직을 줄이고, 국영 항공사 엘 알(El Al)과 국영 통신회사인 베제크(Bezeq)를 민영화했다. 또 이자가 높은 국채를 단계적으로 폐지, 국내 자본이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도록 했다. 금융 개혁은 시장을 상대적으로 투명하게 만들었다.

댄 세노르와 사울 싱어는 몇 가지 다른 근거들도 찾아냈다. 하나는 실패에 대한 이스라엘인의 인내력이다. 그들은 기업이 파산해도 이를 끝으로 보지 않았다. 또 다른 요인은 이민정책이다. 구(舊)소련에서 온 이주민들은 학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라도 '새로운 시작'을 선택한 이민자들의 정신이었다. 이런 정신은 이민자들이 학문이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능가하는 이스라엘 군대

이 스라엘 기술 혁신의 비밀 병기는 이스라엘군(軍)이다. 이스라엘 징병제도에 따라 남성은 3년, 여성은 2년 간 복무하는데 이걸로 끝이 아니다. 군 복무 이후에도 그들은 매년 예비군 훈련을 받는 등 성인기의 상당 기간을 군에서 보내야 한다. 군 복무가 개인의 사회 경력을 저해하는 요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군의 엘리트 부대는 그동안 많은 성과를 가져온 기술 단지의 역할을 했다. 때문에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Porter) 교수는 이스라엘 군대가 기술 혁신을 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의 투자가 탈 케이난(Keinan)은 '탈피오트(Talpiot)', '8200' 등의 이름으로 유명한 이스라엘 엘리트 부대에 소속되면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더 큰 이점(利點)이 있다고 말한다.

케 이난은 2001년에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만큼 미국적 관점에서 이스라엘 군대의 네트워크를 평가할 수 있었다. 그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동문들이 다시 만나는 것은 몇 년 만에 겨우 이뤄지고, 그것도 천막이나 총이 아닌 계산 소프트웨어를 공유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한다.

반면 그는 "매년, 그것도 2~4주씩 지속되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만남을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더 친해지고 각종 사업에 대해 서로 도와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군대에서의 네트워크 뿐 아니라 이스라엘 군의 수평적 계급체계와 민주주의적 관습도 장점이다.

■이슬람 국가에 보내는 제언

이스라엘과 이웃한 이슬람 국가들도 조만간 자기만의 펀드, 즉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역설하는 새로운 글로벌 기술 혁신 펀드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경험을 보면 공공 부문 펀드가 첨단기술 혁신을 가져올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세노르는 "중동 대부분 국가들이 자금이 부족해서 과학기술에서 뒤처진 게 아니다"고 말한다.

세 노르는 이슬람 국가들이 여성 인력을 적극 받아들여서 인재 풀을 강화하고,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자유롭게 문제 제기를 하고 관리들을 투표로 몰아낼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 이민정책을 적극 활용하고, 무엇보다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정부를 투표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